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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메이드 인 이탈리아' 명품의 비밀

관리자 0 5,214 2017.06.23 03:44

 소위 '명품'이라면 오랜 전통, 즉 헤리티지(heritage)와 탁월한 품질을 지녀야 한다. 예로부터 내려오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드는 걸 떠 올리게 된다.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(timeless) 가치도 담아야 된다.  이를 충실히 지키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렵다. 결과적으로 아무나 이용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물건이 된다.

 

 하지만 요즘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이런 가치에 충실하지 않은 브랜드가 꽤 된다. 수백 개 매장에서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물량 공세가 거세고, 유행도 확확 바뀌어 한두 해 지나면 꺼내쓰기 어색한 디자인도 많다. 브랜드들이 기업화-대형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. 과거보다 품질이 떨어 졌다는 불만이 나온다.  이 같은 변화는 명품 제조 방시과 관련이 깊다. 럭셔리 브랜드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.

 

첫째는 브랜드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 그 나라 장인이 만드는 방식이다. 이런 작업장에서는 "4대째 이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다"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인을 만날 수 있다. 아쉽게도 이런 장면은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. 프랑스 브랜드의 한 임원은 "요즘 젊은 사람들은 힘든 일을 꺼리기 때문에 장인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"고 토로 한다. 비싼 인건비가 제조비용을 올려 기업도 꺼린다.

 

둘째는  브랜드의 본고장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제품을 만든다. 이탈리아 피렌체 인근 도시 프라토가 유명하다. 중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이 5000개, 그 곳에서 일하는 중국인이 5만 명 있다. 중국이 이탈리아로만 바뀌었을 뿐 저임금 중국 노동자가 품을 판다. 대대로 전수된 노하우 없이도 '메이드 인 이탈리아' 라벨을 단다. 짝퉁  인 듯 짝퉁 아닌 명품이다. 2007년 현지 방송국은 프라다와 구찌가 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고발했다.

 

셋째는 저개발국에서 제품을 거의 완성한 뒤 유럽에서 마무리 작업만 하는 경우다. 유럽연합(EU)은 2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제조할 경우 마지막 공정이 진행된 곳을 원산지로 표기하도록 했다. 루이비통이 루마니아 공장에서 거의 완성한 신발을 이탈리아로 보내 밑창을 붙여서 합법적으로 '메이드 인 이탈리아'를 만드는 식이다. 루마니아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(약 17만원)은 이탈리아의 15분지 1 수준이지만, 신발 가격이 싸지지는 않는다.

 

 넷째는 중국-인도- 터키 등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'메이드 인 ㅇㅇㅇ'로 판매하는 경우다. 버버리-프라다- 아르마니-발리 등이 일부 제품을 이렇게 만든다.

 

 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가 알면 문제 될 것은 없다.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. 다양한 경로를 거친 제품들은 명품 부티크에 나란히 진열된다. 화려한 매장에서 이국적인 광고를 보면서 중국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. 원산지 라벨은 잘 보이지 않는다. '이탈리아에 가려진 루마니아'는 알 길이 없다. 소비자가 더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. 인구 대비 럭셔리 브랜드 애호가가 많은 한국 소비자는 더욱 그렇다.<중앙일보 경제기획부 박현영차장 / 2017년 6월 22일자  11면 >        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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